다시 짚어 봐야 할 국회세미나

차기환 한국실연자협회 이사

한국의 실연자 권리보호 외국에 비해 상당한 제약

이호흥 박사의 국회 세미나 발제문 「음악·방송 실연자의 권익향상 방안」을 보면서 실연자 권리의 가치가 저작인접권보다는 저작권에 버금한다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외국의 입법례에 비해 우리 실연자들이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SAG-AFTRA나 영국의 EQUITY는 실연자의 권리보호 수준이 오히려 우리보다 높다.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인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일본의 저작관법과 실연자의 권리보호 형태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 방송실연자의 권리는 상당히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한국방송실연자협회가 지속적으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상저작물 특례규정 제100조 제3항이 걸림돌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시청각실연자에게 인격권과 복제·배포, 방송, 전송 등의 재산권을 배타적 권리로 부여하고 있지만, 영상저작물 특례규정 제100조 제3항1을 통해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하여 그 권리를 다시 제한하고 있다.
영상저작물특례규정의 제정 목적은 영상저작물의 원활한 유통과 제작자의 투하자본 회수와 더불어 실연자를 비롯한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참여한 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 규정에서 특히 실연자의 귄리를 ‘특약’을 통해 보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1994년 저작권법 개정 당시에도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도 개정 목적이 영상제작자와 실연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권리보호의 범위, 저작권 사용료 등을 자유롭게 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특약’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제정 목적과 달리 해석되고 있으며, 시청각실연자의 권리보호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약의 한정을 ‘영상제작자의 영상저작물 이용은 부정하지 않고, 단지 그 이용에 따른 일정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하는 범위’로 보는 견해가 있다.
한편으로는 특약을 ‘영상제작자와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것을 자유롭게 약정하도록 하고 다만, 그 계약내용이 불분명하여 영상저작물의 이용이 저해된다면 영상제작자에게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보충규정이나 해석규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가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대륙법계인 독일의 저작권법 제92조도 이와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 실연자도 이를 전제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명확한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에 대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위와 같이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방송사나 외주제작사가 특약 체결을 거부하여도 대항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다. 현재 새로운 방송 이용형태가 생기거나 방송사가 개국할 경우 권리자가 먼저 사용자에게 특약요청을 부탁하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한국방송실연자협회는 방송사와 동반자 관계로 ‘특약’을 잘 체결하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을 살펴볼 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영상제작자의 투하자본 회수도 중요하다. 하지만 영상물의 다양한 이용형태와 부가시장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권리보호를 통하여 영상저작물 제작에 참여한 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영상저작물의 원활한 이용과 실연자의 권리보호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첫 번째 방안이 실연자에게도 확실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원 저작자와 같이 실연자의 권리를 배타적 권리로 인정하고, 이용허락에 대한 문제는 저작권신탁관리단체(한국방송실연자협회)를 통해 권리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안은 음악실연자와 같이 ‘보상청구권’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호흥 박사의 발제문에서 언급한 프랑스나 독일의 입법례를 준용하는 것이다. 즉, 모든 영상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되, 그에 따른 보상금을 각 이용형태별로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프랑스 저작권법 제212조는 ‘제작자와 실연계약에 서명하면 실연의 고정, 복제, 공중송신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동조 다음 항에서 ‘저작물의 각 이용방법마다 개별적으로 보상금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보상금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면 특별합의에 의한 계산 기준에 따른다는 강행규정이 뒷받침하고 있어, 실연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호하고 있다.
독일 저작권법 제92조는 우리와 유사한 특례규정을 두면서도 ‘배타적 이용권’ ‘용익권 부여’ 등의 추정으로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당연히 이 보수에 대한 협의는 가능하고 더 나아가 예측되지 않은 많은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재 논의하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권리를 실연자가 사전에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법으로 못 박아 둔 것이다. 우리 제작 현장처럼 ‘갑’인 제작사가 ‘을’인 실연자의 모든 권리를 계약 단계에서부터 양도를 요구하는 현실에 비하면, 독일은 실연자를 넘어서 국민적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반면 우리 저작권법은 이 특례규정을 들어 특약체결에 미온적인 영상제작자에게 특약체결을 요구할 수 있는 강행규정과 수단이 없다. 시청각실연자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례규정 만큼은 선진국의 입법례를 바탕으로 저작권법의 개정과 보완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중송신권 등 영상제작 선진국에 걸맞는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실연자의 권익보호에 있어 아쉬운 부분은 바로 ‘공중송신권’의 부재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18조는 저작자에게만 공중송신권을 부여하고 있어 우리 실연자는 권리보호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2006년 공중송신권이 도입된 이유는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방송과 전송을 아우르고 디지털음성송신권 신설 및 이후 기타의 새로운 영역을 포함하는 것으로 그동안의 권리의 상위개념으로 도입한 것이다. 음악실연의 경우 보상금으로 디지털음성송신에 대한 보상청구권이 있지만, 시청각실연에 대한 권리는 송두리째 제외된 상태이다. 현재 시청각실연의 권리 영역인 디지털영상송신 서비스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음성송신의 개념 도입은 공중송신을 기술발전만을 추구해 과도하게 세분화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영상송신은 공중송신으로 포섭할 수 있고 그 중 방송으로 세분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경우도 방송에 포괄하지 않고 또 다시 개념을 세분화 한다면 매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개정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디지털음성송신의 개념을 도입한 개정 입법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기술의 발달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 근본적인 입법으로 큰 틀 안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자 선진국이다. 영상제작에 있어서도 단연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배경에 비해 시청각실연자의 권리보호 수준은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제는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국가 위상에 부합하는 유통활성화와 시청각실연의 보호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