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특례규정에 관한 소고

제작자만을 위한 특례규정에서 실연자를 위한 특례규정으로

안효질(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사외이사)

현행 저작권법은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가 그 영상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또는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실연자의 경우에는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저작권과 실연자의 권리는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하도록 함으로써 영상제작자가 가능한 한 방해받지 않고 영상저작물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00조). 이 규정은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자 또는 실연자가 누구인가를 결정하는 규정은 아니다. 따라서 영상저작물의 저작자나 실연자가 누구인가는 일반원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수많은 관련자들의 권리가 포함된 영상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을 위하여, 특히 관련자들의 권리관계가 불분명하여 영상저작물의 이용이 저해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일정한 경우 영상제작자에게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저작자와 영상제작자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100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고, 실연자와 영상제작자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동조 제3항에 규정되어 있다. 영상제작자 측면에서 되도록 방해받지 않고 영상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국제조약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외국에도 유사한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실연자와 영상제작자 간 특례규정에 관한 우리 저작권법의 연혁을 보면, 우선 1957년 제정 저작권법은 저작인접권자로서의 실연자의 개념 자체를 별도로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연술, 연주, 가창, 연출, 녹음필림 등 현재 저작인접권으로 보호될 만한 것들은 저작물의 일종으로 보호하고 있었을 뿐이다. 당연한 논리로 실연자와 영상제작자 간의 법률관계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1986년 전부 개정저작권법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실연자의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제63조의 규정에 의한 녹음·녹화권등과 제64조의 규정에 의한 실연방송권은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본다.”(동법 제75조 제3항)고 규정하고 있었다. ‘양도간주’만을 규정하고 있었고, 보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994년 개정법은 종래 실연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양도한 것으로 간주하던 것을 ‘특약이 없는 한’이라는 조건을 추가하였다(동법 제75조 제3항). 특약에 의하여 실연자권리의 양도 여부, 그 범위 또는 보상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1995년 개정법에서는 실연자의 ‘녹음· 녹화권등’이 ‘복제권’으로 변경된 것 이외에는 실질적 내용 변경은 없었다. 2003년 개정법은 종래 저작자의 권리와 실연자의 권리를 영상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간주하던 것을 ‘추정’으로 개정하고, 저작자의 권리도 ‘특약이 없는 한’이라는 조건을 추가하여 양도추정하도록 하였다(동법 제75조 제1항, 제3항). 2004년 개정법은 영상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권리에 ‘전송권’을 추가하였다(동법 제75조 제3항). 2006년 전부개정법에서는 조문의 위치만 개정 전 제75조에서 개정법 제100조로 바뀌었을 뿐 실질적인 내용 변경은 없었고, 전부개정 이후 아직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국제조약을 보면, 1961년 로마협약 제19조는 실연자가 그의 실연을 시각이나 시청각고정물에 싣는 것을 동의한 경우에는 실연자보호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에는 보상 청구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다만 시청각고정물의 이용활성화 측면만 강조된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베이징 조약(BTAP) 제12조는 체약국은 각국의 법률에 의하여 실연자가 그의 실연을 시청각 고정물에 고정하는 것에 동의한 경우, 실연자의 권리는 그 시청각 고정물의 제작자가 보유하거나 그가 행사하거나 또는 그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되나, 당사자 간 반대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도록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그 이전과는 별개로 국내법 또는 개별적·단체적 또는 그 밖의 합의로 실연자에게 사용료 또는 정당한 보상금을 받을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실연자가 기본적으로 열악한 협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실연자의 보호를 약화시킨 규정이라는 비판이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보면, 1992년 대여권지침(92/100/EEC)의 개정지침인 2006/115/EC 지침은 각 회원국은 법률로 실연자가 제작자와 영상저작물 제작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영상저작물의 대여에 대한 권리도 수여한 것으로 규정할 수는 있으나, 그 제작자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최초)고정·복제·배포·방송·공중 전달 등의 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규정하고 있다(동지침 제3조 제6항). 이 경우 보상청구권은 포기할 수 없다(동지침 제5조 제2항). 유럽국가들의 상황을 보자. 유럽 22개국의 실연자권리집중관리단체의 연합체인 AEPO-ARTIS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상저작물제작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이용권을 그 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유럽국가들은 스웨덴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양도에 대한 대응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국가들의 예를 든다. 네덜란드 저작권법 제45d조에 따르면, 저작자들과 영상저작물의 제작자가 서면으로 달리 약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자들은 그 영상저작물을 공중에 전달하거나 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간주된다. 위 규정은 영상저작물 내에서의 사용을 위해 음악을 작곡한 자 또는 그 음악에 대한 가사를 창작한 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작자는 영상저작물의 모든 형태의 이용에 대하여 저작자들 또는 그 승계인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제작자는 또한 영상저작물의 완성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없었던 형태로 영상저작물을 이용하려고 하거나 또는 제3자에게 그러한 이용을 허락하는 경우에는 저작자들 또는 그 승계인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이 조에서 말하는 보상은 서면으로 합의하여야 한다. 저작자들은 대여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 이는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하기로 한 실연자에게 유추 적용된다(네덜란드 저작인접권법 제4조). 스페인 저작권법에 따르면, 음반 또는 시청각 기록물(recording)의 제작자에게 대여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실연자는 포기 불가능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유한다(동법 제109조 제3항 제2호). 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에 따라 실연한 경우에는,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그 고용주 또는 위임자가이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그 실연을 복제하거나 공중에 전달할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동법 제110조 제1항). 제1항의 규정은 음반과 시청각 기록물의 공중전달에 대해 실연자가 받을 정당한 보상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동조 제2항). 위에서 제2항은 실연자가 어떠한 경우에도 공연, 방송 등의 보상금 등은 받을 수 있도록 한 취지로 이해되며, 이는 네덜란드 저작인접권법의 태도에 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프랑스 저작권법에 따르면, 실연자가 제작자와 시청각 저작물의 제작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실연자가 그 제작자에게 실연의 고정, 복제와 공중전달을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 계약은 시청각 저작물의 각 이용방법에 대해 각각 별개의 보상을 규정하여야 한다(동법 제212-4조). 계약 또는 단체협약에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이용방법에 대해 보상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보상의 액은 각 활동영역에서 종업원과 사용자의 대표기관이 체결한 특별협약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 (동법 제212-5조). 요컨대 프랑스 저작권법도 영상저작물의 제작자에게 실연의 복제와 공중전달 등의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각각의 이용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제작자의 보상의무를 지우고 있다. 독일 저작권법도 실연자가 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의심스러운 경우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관하여 (최초)고정권, 복제권, 배포권, 전송권과 방송권을 제작자에게 부여한 것으로 추정한다(동법 제92조 제1항). 영상제작자가 부여받은 이용권에 대해서는 이용권의 양도제한, 배타적이용권자의 이용권부여제한, 불행사로 인한 철회권과 신념변화로 인한 철회권 등 저작권계약법 중 일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동법 제90조, 제92조 제3항). 이렇게 함으로써 제작자가 영상저작물을 이용하는 데에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저작권법상 공정조항(제32a조)(구법상 ‘베스트셀러조항’에 상응)과 정당보상청구권(제32조)은 영상제작자와 저작자 또는 실연자 사이에도 적용된다. 또한 실연자가 그 실연이 수록된 영상저작물의 대여권을 그 제작자에게 양도한 경우에도, 대여자는 그 영상저작물의 대여에 대해 실연자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동법 제77조 제2항 제2문, 제27조). 결국 독일 저작권법은 실연자와 영상제작자 간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보상청구권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저작자와 실연자에게 적용되는 매우 강력한 공정조항과 정당보상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저작자와 실연자 등 창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요컨대, 유럽국가들도 우리 법상 영상저작물특례규정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우리와 결정적인 차이는 실연자의 보상청구권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와 이웃인 일본의 저작권법을 보면, 실연자가 방송을 위한 고정을 허락하였는데, 방송사업자가 당해 허락과 관련된 방송 이외에서 방송을 하거나(동법 제94조), 유선방송사업자가 방송되는 실연을 유선방송하는 경우(동법 제94조의2), 실연자가 배타적 금지권을 갖지는 않지만, 그에게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한다. 일본은 전술한 유럽국가들에서처럼 실연자의 포괄적인 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초 방송 이외의 방송과 유선방송에 대해 별도의 보상청구권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저작권법 제100조의 영상저작물특례규정은 영상제작자와 실연자가 특약으로 어떠한 권리를 어떠한 범위내에서 양도할 것인지, 이용허락할 것인지, 만일 그렇다면 이에 대해 어떠한 조건을 붙일 것인지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규정이다. 즉, 양자가 경제적·법적 측면에서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스타급 실연자들을 제외하면,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실연자들이 과연 영상제작자와 대등하게 협상을 할 수 없다. 이에 방송실연자들은 (사)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를 통해 방송사 등과 특약을 체결하여 재방송이나 전송 등에 대해 추가로 사용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약은 당사자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계약일 뿐 법률상 특약체결의무는 없으므로, 타방 당사자가 협상에 임하지 않는 한 특약체결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일찍이 간파하여 유럽국가들의 대부분은 법률로 영상제작자에게 보상금지급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실연자의 보상청구권을 법률상 보장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당시 정치적 상황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도 않은 채 임기만료폐기되었다. 한류의 확산 등을 위한 양질의 방송물 제작을 위해서는 건전하고 지속적인 방송제작환경이 요구되며, 이에 실연자의 권익보장을 위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만일 실연자의 보상청구권을 입법화한다면, 그 청구의 상대방은 출연계약 등으로 실연자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방송사 등 제작자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영상저작물을 이용하는 사업자(예컨대 인터넷 전송사업자 등)도 될 수 있도록 하여 보상금 청구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그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영상저작물특례규정의 문제점 이외에도 실연자의 보호를 위해 우리 저작권법의 흠결을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 음악실연자와 방송실연자는 공히 ‘실연’이라는 ‘예능적 방법’으로 저작물 등을 공중에 전달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상 양자는 동등한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음악실연자는 대여권과 방송·디지털음성송신· 공연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갖고 있지만(저작권법 제71조, 제75조~제76조의2), 방송실연자는 이러한 권리가 없다. 저작권법이 발달한 독일에서는 음악실연자와 방송실연자를 구분하고 있지 않고, 녹음물 또는 녹화물에 수록된 실연이 방송 또는 공연 등으로 이용되는 경우 모두 법률상 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영상물의 대여에 대해서도 유럽국가들의 예에서처럼 실연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음반의 대여권은 도입하면서 영상물에 대해서는 이를 도입하지 않은 현실적 이유 중 하나는 대여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으로 사료된다. 현재는 인터넷 이용 등으로 오프라인 대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상물의 대여권이 필요 없다는 일부 견해도 있다. 그러나 현재 그 이용규모가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영상물의 대여는 행해지고 있으며, 대여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생활의 영향은 국가의 경제정책 등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결코 실연자의 희생으로 양보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